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고 나선 가운데 은행들이 이에 대비해 수신을 늘리려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어 예금 유치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국제적인 금융회사의 건전성 강화 움직임에 맞춰 금융당국이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중) 규제 도입방침을 정하자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와 우량예금 확보를 경영화두로 정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정기예금 유치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일선 영업점의 고객 잡기와 틈새시장 개척 시도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예대율 100% 규제 윤곽
= 금융당국은 은행의 자본 건전성 확보를 위해 예대율을 100%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은행의 대출 규모를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규모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양도성예금증서(CD)는 예대율 산출에서 제외하고 예대율은 100% 이내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100% 수준이면 은행들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들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당장 예대율 규제를 실시하기보다는 은행들에 비율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산업, 기업은행 등 정책기능을 가진 금융기관에는 예대율 규제 도입에 4년 유예기간을 주고 CD는 예대율 산정 시 인정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3분기 중 시중은행들의 예대율은 99.6%이며 CD를 제외하면 112.6% 수준이다.
100% 규제가 도입돼도 10% 정도만 추가 축소하면 되는 만큼 시중은행 입장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다. CD의 경우에도 창구에서 판매되는 CD는 사실상 대부분 정기예금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은행에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관측이다.
◆ 우량수신 전쟁, 여신은 조이기 모드로
= 은행권의 가장 직접적인 분위기 변화는 수신 경쟁과 대출 조이기 등 여신관리의 재개다.
자산관리나 외형 경쟁 대신 전통적인 예금유치가 내년 은행들의 경쟁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수익을 올리는 대출을 줄이기보다는 수신 규모를 늘려 예대율 규제를 맞출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이에 맞춰 수신확대 전략을 수립 중이다.
이번 예대율 규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곳은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현재 예대율이 195%에 달한다. 예금에 포함되지 않지만 대출로 산정되는 중소기업금융채권 발행 잔액이 9월 기준 51조원에 달해 예대율을 100%로 낮추기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17일 경영전략 관련 워크숍을 열고 채권발행 잔액을 20% 줄이는 대신 이를 예금수신으로 메우자는 검토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은은 예금수신을 위해 30여 곳의 미니점포를 신설하고, 지점별로 우량 저리예금 유치 시 평가 때 인센티브를 주는 안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도 수신 규모가 크지 않아 예대율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 등 일반 시중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다만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이 예대율 규제를 맞추기 위해 수신 경쟁에 뛰어들 경우 이를 방어하기 위해 수신 경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
신한은행은 과거 '경제성장률+α' 식의 확장 전략은 지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신한 관계자는 "과거처럼 몇 %의 성장률을 지목하기보다 리스크관리나 건전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했다.
하나은행의 현재 예대율은 98% 수준이다. 총수신 중 예금 비중이 50% 남짓에 불과하지만 CD 비중은 10% 내외로 크지 않다. 당국의 규제방향이 선 만큼 CD나 은행채 등 시장성 수신 비중을 줄이고 예금을 늘리는 전략을 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본점 일부 부서를 통폐합시켜 인력을 영업점으로 보내 영업력을 강화하는 이른바 '하방(下方)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역시 CD가 제외되면 예대율이 110%로 오르지만 매년 10조원 이상씩 예금이 증가해 왔기 때문에 예금 유치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란 분위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년에는 대출증가분이 예금증가분의 최대 50%를 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우리은행 총수신은 18조원 증가했고 대출은 20조원 증가했다. 내년도 예금을 10조원 늘릴 계획이라면 대출을 3조~5조원 이내로 묶는다는 것이다.
[김태근 기자 / 손일선 기자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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